잊어버린 이야기-어느 회원이 보내온 메일, 문득 편지함에 살아 있어서

자유게시판

잊어버린 이야기-어느 회원이 보내온 메일, 문득 편지함에 살아 있어서

10 석두 11 5,158
-[ 받은 메일 내용 ]----------
> Title : 토마토에서 ..........
> Date : Mon, 21 Jul 2003 11:13:17 +0900 (JST)
> From : 888
> To : stonehd5577@hanmail.net
>
> 어찌나 답답하던지요~
> 어찌나 숨이 막히던지요...........
> 그냥 님의 리플을 보거나, 또 독락같은 이미지들을
> 보다가
> 이렇게 터무니없는 메세지를 보내고있습니다.
> 마음먹고 속엣말을 하려고 하니까 가슴이 더 답답해져오고
> 큰 숨을 몰아쉬게도 됩니다.
> 내눈과 모니터와의 그사이엔 님께서 어찌 생각하실까하는
> 제 일방적인 의문이 갸웃거리고,
> 손가락끝에 고민거리들 자근자근 문자로 올리지만 어째
> 푸념같은 기분도 듭니다.
> 그래서인지 진지해지는거 가장하려드는 버릇된 속마음이
> 있는것도 같구요~
> ㅋㅋㅋㅋㅋ 안녕하세요?
> 그냥 석실장님이라는것밖엔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 느낌에 좀 나이가 있으신것같기도 하구요~
> 요기 조기 자료들을 찾으러 돌아다니다가 토마토맥을 알게
> 됐어요.
> 그래서 거기서 자주 글들을 읽었습니다.
>
> 저좀 도와 주세요. ㅋㅋ 너무 당돌한가요!?
> 잘하고싶어서요~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을 잘하고싶어서요.
> 잘안돼요....... 너무 너무 잘 안돼서요~
> 예전에 아주 오래전에 사진식자라는게 있었는데
> 혹시...... 아마 아실것도 같은데.
> 제가 그일을 했었습니다..... 꽤오래요~
> 그진 8년정도..... 그리고선 전산사식이란게 나오고....
> 차츰차츰 디티피쪽도
> 매킨토시란게 퍼지더니......어느날엔가 자고 일어났더니
> 만방에 매킨토시가 판을 치드라구요~
> 그바람에 많이 휩쓸렸습니다.
> 어찌 어찌 흘러 흘러 그래도 끝까지 버텼었는데. .....
> 밥줄이다보니 순~~~~ 어거지로
> 매킨토시를 배웠죠. ... 완전 기능익히기......
> 속전속결.......
> 그 짧은 손놀림으로 위태위태 지금까지 버텨 왔는데
> ......... 에혀......증말
> 가슴이 답답해져오는걸요~ 정말 미쳐버리겠는걸요....
> 그래서 나름대로는 고객의 구미에 맞는
> 디자인이 아니라 그냥 작업이죠. 그걸 해주곤 월급받고,
> 목구멍에 풀칠을 하고 있죠.
> 디자이너가 아니고 오퍼레이터죠...
> 사회경력에 비해 나인 적은데...... 그렇다고 어린나이도
> 아니고,
> 능력도 갖추지 못했고,...... 그래서요~ 이런것들이 너무
> 답답해서요.
> 많이 늦었지만 제대로 해보고싶은데 그것도 잘안돼고,
> 한다고 한덜 이 나이에 뭘 어떻게 하겠다고 이런 욕심만
> 가지고 있는건지..... 재능도 없는데 .......
> 에고....... 하는 슬럼프에 자주 빠지구요~
> 요즘 의기소침해 있거든요.
>
> 정말 게시판에 끄적여 놓은 푸념들 같으다 그쵸!?
>
> 누군가 정말 객관적인 눈으로 보는 예리한 충고가
> 필요하고,
> 솔직히 말한다면 고수님들께 한수 배워야겠단 생각이
> 듭니다.
> 매킨토시와 싸우고, 매킨토시와 연애를 하는법이 아니라
> 어찌하면 세상속에 있는 이 맛있는 입맛과,
> 또 어찌하면 그 좋은 향기를 제대로 느낄수 있을지를
> 배워보고싶어서요~
>
> 월요일입니다.
> 황당하네~~~~~ 뭐 이런 메일이 다 있어 .....
> 하실지도......ㅋㅋ
> 기분 좋은 하루 되십시요
>
>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답신입니다
>


다 버리고 삽니다. 군대에서 처럼 작업복 1벌, 외출복 1벌, 속옷 3벌과 양말 3컬레로 살듯이 살았는데,
여자 옆에 생기면서 옷장도 없는데 옷가지 무지 넘니다. 양복 한 벌도 없고 넥타이 하나도 없는데
라운드 티셔츠 6개, 셔츠 5개에 바지도 4개나 되는데 반바지가 또 4개네요.
둘 때가 없어서 빈박스하나 마련해 집어넣어두야겠습니다.
왜 이리 많이(?)생겼냐 하면 제가 외출을 거의 하지 않으니 옷이 닳아 없어질줄 모르게 10녀년 동안 모인 겁니다.

나이 많은 독신자입니다. 일찍이 내가 복이 없노라 깨닫고 다 버리고 살려고 노력중입니다만
아직은 힘이 좀 듭니다. 그러나 마음의 평화는 퍽 여유롭습니다.
한달 수입이 50만원 채 안됩니다. 있던 거래처 거의 망하고 그나마 두군데 중 한군데는 이제는 카다록 만들일도 없게 모든 제품 개발이 끝나 버렸답니다. 3년에 한번쯤 카다록 재인쇄를 했는데 이제는 Web에서 노니 인쇄물 없네요. 또 한군데는 중국으로 공장이전 준비중이랍니다. 안녕이지요.
부산 땅이 그래요. 이젠 오히려 매캔토시 편집프로그램 사용법도 몇군데 잊어버리네요. 또 버전 업 되면서 새 기능도 사용할 일이 없으니 일부러 배워지지도 않구요. 그래서 하루 종일 멍청히 보낼때가 많지만,
이제는 초조해 지지 않습니다.
돈 쓸 일도 기회도 드문 탓이지요. 한달 용돈 10만원이면 어떤 달은 7만원 가량 남을때도 있지요.
토맥 에 일로나가 있지요. 샘 많고 하고 싶은 것 많고 배우고 싶은 거 다 배워놓고도 뭐가 불만인지 내게 툴툴거렸답니다.
너무 욕심이 앞 선다고, 술이 떡이 된 날 뭐라고 충고했는데(대전모임에서)울어버립디다. 그리곤 웃으며 손 잡고 노래 따라 부르고, 새벽 6시까지 신나게 놀았지요.
일에 욕심 내고 돈에 욕심 내도 안 생길것은 안생긴다고 생각하는게 내 인생관입니다.물론 이런 인생관 가진 것은 내 과거와 내 주변에 따른 방어적인 점도 있겠지요.
지금 생각하면 구청 총무과 근무하다 사표 낸 점이 인생의 전환점이고, 그 무렵에 사진식자기를 만났으니 이 길로 들어오게 된 셈입니다.

엉뚱한 메일(무슨 말을 하는지 두번 읽어도 안 잡히니)에 동문서답합니다.
지금부터 한 며칠 한가할 동안에 파일메이커 프로 공부 계속해야겠습니다.
참! 질문! 지역방에 가시면 어느 도로 가시나요?

<이상이 2003년도의 메일 이였습니다. 근데 누구지요? 아직 여태 잊고 잇어서 더 더욱 누군지 모릅니다.

<가끔은 추억의 낭만꺼리는 미리 준비해 두어야 할끼다> 

Author

Lv.10 10 석두  실버
62,020 (72.9%)

석두(石頭)란 돌대가리이며 또한 碩頭이기도하다.

Comments

G Molra^^
석실장님께 메일보내신거 읽어보니 남의 일 같지 않고 제 얘기처럼 가슴에 횡하니 겨울 바람이 지나갑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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