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 디자이너, 경쟁력을 위한 황금키는?

? 편집 디자이너, 경쟁력을 위한 황금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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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 디자이너, 경쟁력을 위한 황금키는?
우연찮은 계기로 마련된 충무로 편집 디자이너들과의 작은 술자리에서였다. 뜨끈해지는 속과 함께 얘기 주제와
분위기도 열기를 더해 가는 중이었다. 그러던 중 마치 뒤통수를 때리는 듯한 질문 하나.

“어떻게 하면 잘리지 않죠?”

한순간 정신이 멍해지는 듯했다. DTP 잡지를 만드는 입장이니 누구보다 그들의 현실을 잘 파악하고 있다고 자부했지만,
이런 질문을 받게 될 준 몰랐기 때문이다. 너무 뜻밖이어서 아연해졌고, 너무 노골적이어서 얼굴이 붉어졌다.

얘기인 즉슨 이렇다. 기획사 등지에서 디자이너를 1년 정도 헐값에 쓰고나선 급여 상승 등을 고려해 미리 내보낸다는
것이다. 마치 소모품처럼. 물론 필자 역시 모든 업체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은 잘 안다. 아니, 오히려 능력 있는 인재를
구하지 못해 안달이라는 것도 안다. 하지만 이 편집 디자이너의 말도 그 진지한 눈빛만큼이나 사실이다.
기획사, 특히 소규모 기획사일수록 비싼 편집 디자이너를 쓰기 힘든 법이다.

그 때문에 이 질문에는 업체의 부당 해고라는 측면에서보다 편집 디자이너의 생존을 위한 경쟁력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해 보고자 생각했다.

앞서 질문에 대해 고민하기 전에 ‘조금만 참으로 경제 전반이 좋아져 상황이 좋아지겠죠...’식의 말은 절대 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부터 밝힌다. 아니, 앞으로 편집 디자이너들이 직면하게 될 상황은 더 어려워질지도 모르는 게 현실이다.

필자가 잡지 일 관계로 알게 된 ‘홍동원’이라는 선생이 있다. 조선일보의 디지털조선을 포함한 다수의 중앙 일간지를
비롯해 얼마전에는 일간스포츠의 디자인 리뉴얼 작업 등을 책임졌던 일명 ‘수억대 편집 디자이너’이다.
이미 50을 바라보고 있으니 편집 디자인 바닥을 처음부터 지켜봐 온 사람 중 한 명이라 할 수 있겠다.
그는 간혹 재미있는 얘길 해 주곤 했다.

“분화구는 충무로에 있었던 화방의 이름이지. 분화구의 쇼윈도에 진열된 디자인 도구들은 참으로 도도했어.
난 주머니에 손을 넣어 돈을 세어 봤지. 몇번이고 세어 봤어. 담담한 표정으로 가게 안에 들어가 물건을 샀지.
그리곤 총알같이 작업실로 가서 물건을 까 보고 뒤짚어 보고 엎어 보고... 하는 일 없이 뿌듯한 마음에 밤을 새웠어.
새벽에 잠이 겨우 들어 꿈을 꿨지. 분화구를 터는 꿈이었어.
내 평생 돈을 벌어도 다 살 수 없을 만큼 디자인 도구들이 많았거든. 허허”

분화구가 있었던 자리에 지금은 출력소가 들어서 있다. 컴퓨터가 디자인 도구가 되면서 충무로의 모든 것이 바뀐 것이다.
분화구에서 팔던 물건들이 통채로 컴퓨터 안으로 들어갔으니 그 천년제국처럼 도도했던 분화구도 문을 닫아 버렸다고 한다.

충무로로 대표되는 전자출판 시장에서 과거에 수작업이 컴퓨터로 넘어가면서 그런 변화가 있었다면,
지금은 약간 다른 기류가 느껴진다. 한국전화번호부주식회사에서는 전화번호책자의 ‘편집 자동화 시스템’으로
편집 디자이너의 수를 절반 이상 줄였다고 하며, (주)수원교차로에서는 ‘생활정보지 자동화 시스템’으로
가 편집 디자이너 인원 없이 더 많은 일을 더 짧은 시간에 해내고 있다고 한다. 전국에 있는 생활정보지업체에서
지금 이 솔루션을 눈여겨 보고 있는 건 물론이다. 또한 소프트매직에서 개발한 ‘MLayout’은 미리 제작되어 있는
레이아웃 템플릿을 이용해 편집 디자이너 없이 편집 작업이 처리되도록 하는 선진적 기능을 만들어 관심을 끌고 있다.

그렇다. 과거에 편집 디자이너들이 일일히 손수 작업해야 했던 것들이 이제 편집 프로그램과 DB가 연계되어 자동화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편집 디자이너 10명이 해야 했던 일을 이제 3~4명이면 속된 말로 ‘뒤짚어쓴다’는 것. 이런
웍플로우의 자동화는 앞으로 가속화되어 갈 것임에 틀림없다.
이것은 IT 발전이 가져다 준 이기이며,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셨습니다’라는 말을 하는 건 아니다. 이런 웍플로우의 자동화 현상은 비단 전자출판 분야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중대형 서버가 들어가는 은행에서도 미래에는 단순 작업이 이뤄지는 창구를 송두리채 완전 자동화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한다. 다른 분야도 비슷하다.
공무원 같은 일명 철통 밥그릇 몇몇개를 제외하면 상황은 모두 대동소이할 것이다.

자, 이제 앞서의 질문으로 다시 넘어가자. 편집 디자이너의 생존을 위한 경쟁력은 무엇인가? ‘편집 디자인을 끝내 주게
잘 하는 것. 웹 디자인도 할 줄 아는 것.’ 두말하면 잔소리다. 하지만 이제 이것은 필요충분 조건이 되지 못한다.
단지 필요 조건일 뿐이다. 아마 편집 디자이너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사회에서 인정하는 학벌 취득하고 가능하면 유학도 갔다오지.’ 이 역시 틀리지 않은 얘기지만 현실적이지
못하다. 고민이 계속되는 가운데 앞서 소개한 ‘수억대 편집 디자이너’가 무심히 던진 말이 있다.

“일감을 딸 줄 알아야지, 뭐”

편집 디자이너가 오너요? 영업 사원이요? 마케터요? 너무 한 거 아니요? 이런 생각 당연히 들 것이다.
하지만 다음과 같이 가정해 보자. 세 가지 부류의 디자이너가 있다.
첫 번째는 디자인이 서툴지만 열심히 일하는 저렴한 편집 디자이너.
두 번째는 디자인을 잘 하고 장인 정신이 있는 약간 비싼 편집 디자이너.
세 번째는 일 관계로 클라이언트로부터 호감을 얻고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어 일 진행을 매끄럽게 만들며
다음 일을 또 하도록 하는 매우 비싼 편집 디자이너.
오너 입장에서 이 중 한 명만 남겨야 한다면? 답은 이미 나왔을 것이다.
오너는 심지어 세 번째 디자이너를 위해 어시턴트를 붙여 줄지도 모른다.

편집 디자인 일에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디자인 서적 옆에, PT(프리젠테이션)와 기획, 마케팅 등의
서적들도 꽂아 두자. 목표를 분명히 하고 이를 숙지하자. 관련 세미나에도 참석하자.
능동적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하자. 오너와도 상호이해 관계를 구축하고,
 클레임 자주하는 클라이언트라도 커뮤니케이션에 적극 나서자. 축구국가대표선수만 멀티플레이어가 되어야 하는 건
아니다. 편집 디자이너도 멀티플레이어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 너무 힘들다고 억울해 할 것도 없다. 중소규모 기획사 등지에서 일하는 대부분 편집 디자이너의 희망은 독립하여
자신의 사무실을 여는 것 아닌가? 멀티플레이어로서의 능력은 독립을 위한 기본 요소이다.
질문을 던졌던 그 진지한 눈빛의 편집 디자이너의 꿈이 단지 ‘회사에서 짤리지 않는 것’이라고는 절대 생각할 수 없다.
그가 편집 디자인 일에 애정을 갖고 있다면 그의 희망이 비전과 미래를 갖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기에
하는 소리다.

우리가 충무로라고 부르는 인쇄 골목이 행정구역상으로는 초동이다. 초동... 잡초처럼 사람들이 일어났다가 사라진다고
해서 ‘풀 초’자의 초동이라 했다 한다. 잡초. 다른 말로 야생초... 알고 보면 약으로 식용으로도 쓰이고 아름다운 경관과
 맑은 공기도 책임지는 야생초. 편집 디자이너들이여, 야생초처럼 뿌리를 깊이, 단단히 내리자. 그리고 다양한 유용성으로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야생초가 되자.

예화경/월간 <위드맥/위드DTP> 

Comments

요롱아씨
일감따오는놈이지머....
일감따는 능력 되는 디자이너는 10년후에 오너하구, 안되는 디자이너는 월급쟁이하구..
^^ 모처럼 정신 바짝들게 하는 글이었어요~
열심히 매사 명랑,유쾌,쾌활하게 ! 
♂☜(^0^)☞~큐피트
제 무덤 스스로 파는격일수도......

딴놈들 다 필요없어.. 너만 있으면 일감도 따오고 일도 잘하고...ㅋㅋㅋ
열심히 해줘.... 자 오늘 니가 오다따온 이 팜플렛 내일까지 교정봐야하니까  야근 열심히 하도록...(라는 부정적인 생각도 듬..실상 이런생각을 가지고 있는 오너들이 넘 많아서리..ㅠ.ㅠ) 
숑숑
앗! 하고 제 뒤통수를 치는 글이로군요..
저도 세번째 같은 디자이너되기위해 노력하는 부류인데...
그때말한 그넘아가 걸림돌이 되는바람에.. 흙..
여하튼 명랑님 말씀처럼...
인맥,,학연...무시못합니다..
저희 사장님만 봐도....-0-
아침부터 눈코입잠궈버린 제얼굴을 열어놓으셨습니다..
감솨감솨 
명랑!
'세 번째는 일 관계로 클라이언트로부터 호감을 얻고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어 일 진행을 매끄럽게 만들며
다음 일을 또 하도록 하는 매우 비싼 편집 디자이너.' 이면 뭐하겠수.

영업의 90%는 인맥이던데.... emoticon_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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